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은 자연어 매뉴얼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행기를 직접 조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파일럿 ‘파이봇(Pibot)’을 개발,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심현철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주재걸 김재철AI대학원 교수, 윤국진 기계공학부 교수, 김민준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가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일반 언어로 작성한 조종 매뉴얼을 읽고 이해하는 ‘자연어 처리기반 인간형 조종사 로봇 개발’ 미래도전과제의 지원을 기반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해 인간형 로봇이 기존 항공기를 전혀 개조하지 않고 실제 항공기 조종석에 앉은 다음, 조종석의 다양한 장치를 직접 조작해 비행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기존 항공기의 자동비행장치(오토파일럿)나 무인 비행만 가능한 무인항공기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이 개발 중인 조종사 로봇은 인간 조종사에게는 불가능한 전 세계 항공차트(Jeppson Chart)를 전부 기억해 실수 없는 조종이 가능하다. 특히 챗GPT 기술을 활용해 항공기 조작 매뉴얼 및 비상 대처절차를 담은 자료(QRH)를 기억,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항공기의 비행 상태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안전한 경로를 계산할 수 있어 인간 조종사보다 훨씬 빠르게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또 기존 로봇이 고정 위치에서 반복적인 작업만 가능한 것에 비해 조종사 로봇은 장착 카메라로 조종석 내부 및 항공기 외부 상황을 파악하고 조종간의 각종 스위치들을 정확하게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며, 고정밀 강인 제어 기술을 적용해 진동이 심한 항공기 내부에서 정확한 로봇 팔 및 손 제어가 가능하다. 

조종사 로봇은 현재 비행 조종 시뮬레이터에서 항공기의 시동부터 택싱, 이착륙, 순항, 주기 등 모든 조작을 수행하고 있으며, 연구팀은 조종사 로봇을 실제 경비행기에 적용해 검증할 계획이다. 

과제 책임자인 심현철 교수는 “인간형 조종사 로봇은 기존의 항공기들을 전혀 개조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자동 비행이 가능해 실용성 및 활용성이 매우 높으며, 항공기뿐만 아니라 자동차, 장갑차 등 다양한 장치의 조작도 가능해 병력자원 고갈이 심각한 현 상황에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의 미래도전과제(총 57억원)를 지원받아 2022년부터 개발이 진행했다. 개발 완성 시점은 2026년으로, 민간 및 군용 활용을 목적으로 사업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