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rtificial Intelligence ‘AI 강아지’로 눈길 모은 김지희 “인간적이면서도 기술적인 로봇 디자인할 것”

‘AI 강아지’로 눈길 모은 김지희 “인간적이면서도 기술적인 로봇 디자인할 것”

0
‘AI 강아지’로 눈길 모은 김지희 “인간적이면서도 기술적인 로봇 디자인할 것”

김지희씨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재학 중이며, 10월 졸업작품전에 전시한 ‘라이카’로 유명세를 탔다.

글로벌 사이트 디자인붐 선정 ‘2023년 인공지능(AI) 디자인 베스트 10’에 오르며 유명세를 탄 김지희씨는 의외로 24살에 불과한 대학 4년생이다. 

AI 컴패니언 로봇 ‘라이카(Laika)’로 ‘독자들이 생성한 AI 작품 톱 10’ 중 3위에 랭크됐다. 이 작품은 이후 블로그나 SNS 등으로 퍼져나가며 글로벌한 인기를 끌었다. 해외 매체의 집중 조명도 몇차례 받았다.

더 놀라운 것은 라이카가 흔한 로봇 장난감이나 SF에서나 가능한 콘셉트 디자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참가하는 우주인의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지키는 반려 로봇으로 디자인했다. 가볍고 튼튼한 티타늄 소재에 실제 강아지와 유사한 외형을 가졌으며, AI를 통해 우주인의 심박수와 이상 징후를 체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MR(혼합현실) 장치로 상호작용하는 기능도 갖췄다. 강아지 형태를 가진 ‘AI 에이전트’인 셈이다.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중인 학생이 내놓기에는 많은 기술 문제를 포함한 프로젝트다. 또 현재 사족보행 로봇은 장애물을 피하거나 경사를 오르는 등 기능적인 면에 치중, 아직 디자인이라고 부를만한 요소도 없다. 참고할 예가 거의 없다.

라이카는 졸업작품용으로, 지난해 초부터 8개월 동안 매달린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우주인을 위한 헬스케어 로봇의 아이디어로 시작했어요. 고립된 우주인이 건강을 유지하려면 신체를 돌보는 기능적 요소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지희씨는 AI 강아지 로봇을 제작한 이유를 또박또박 설명했다. “현재 로봇 시장은 친밀감을 가지는 컴패니언 로봇과 기능성을 강조한 산업용 로봇으로 양분돼 있어요. 그 경계선에서 ‘친근하면서도 기능적인 로봇’이라는 방향을 정했습니다.”

그가 파악한 로봇 시장은 장단점이 있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효율적이지 못했고, 4족 보행 로봇은 형태가 보편적이지 않았다. 즉 기능성 위주라 디자인이라고 부를만한 요소가 없거나, 반려 강아지 로봇 ‘아이보’처럼 친근함만 강조하고 실용성은 없는 형태로 양분됐다.

양쪽의 장점을 모두 포함하면서도 AI 컴패니언답게 ‘친밀한’ 강아지 로봇을 디자인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강아지라면 ‘안을 수 있어야 한다’라는 점을 늘 염두에 뒀다”라며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기술이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사용자 경험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로봇이라도 소리, 감촉, 냄새와 같은 감각적 자극을 주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소비자가 구매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강아지 실제 영상을 보며 움직임을 연구하고 로봇으로 구현, 영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학적, 기술적 한계에 부딪히는 부문도 있었다”라며 “단순히 SF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다.

그 예로 든 것 중 하나가 ‘다리’ 부분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이나 유니트리를 비롯해 대부분 사족보행 로봇은 균형 문제로 앞다리와 뒷다리가 모두 뒷쪽으로 구부러지는 형태다. 이는 실제 강아지와는 다르다. 또 특수 기능용이 아닌 이상 머리나 꼬리를 생략한다. 역시 현실적인 움직임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앞다리를 실제처럼 구부리면 걷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하지만 로봇이 주는 특유의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이 기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지희씨가 라이카의 3D 모델과 상호작용하는 모습 (사진=디자인붐)
김지희씨가 라이카의 3D 모델과 상호작용하는 모습 (사진=디자인붐)

라이카 시제품 제작은 3D 모델 제작 전문 스타트업 모델솔루션(대표 우병일)의 도움을 받았다.

기능뿐 아니라 사용자가 대화하거나 안을 수 있는 등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박스와 3D 프린터 등으로 우선 샘플을 만들어 크기와 무게 등을 테스트했다. 이 과정에서 소재, 센서, 부품 등 공학과 공간 효율, 디자인 요소의 균형을 맞춰가는 실험을 반복했다. 인터뷰 중 언급한 기술 용어는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었다.

라이카를 제작하며 AI 기술과 로봇 산업의 발전에 따른 관련 시장의 확대 가능성까지 엿봤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이 보편화되면 다양한 부가 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 액세서리를 구매하는 것처럼, 라이카를 위한 옷이나 장치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할 수 있을 겁니다. 디자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거죠.”

7월 졸업을 앞둔 김씨는 현재 삼성과 함께하는 AI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졸업 후 AI 기술과 로봇 제품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라이카 덕분에 로봇 공학과 AI 기술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라며 “기회가 된다면 기상 관측이나 해양 탐사 등 특수한 상황에 사용하는 목적성이 뚜렷한 로봇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근 로봇 산업은 대형언어모델(LLM) 도입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또 ‘챗GPT’와 같은 기술은 인간과 교감하는 AI 비서를 지향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쏟아진 ‘AI 하드웨어’의 궁극적인 버전은 로봇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로봇공학 지식을 갖춘, 동시에 ‘인간과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전문 디자이너의 수요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김씨도 그 중 한명으로 꼽힐 가능성이 크다.

그도 “라이카에 대한 애정이 많이 남았다”라며 “언젠가는 라이카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