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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파멸 아닌 번영 위해 사용해야…놀란 감독에 깊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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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파멸 아닌 번영 위해 사용해야…놀란 감독에 깊은 인상”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1945년 8월6일과 9일, 미국이 각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끌어냈다. 당시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이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다. 그는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 21명을 포함해 당대 최고 과학자 6000여명을 이끌고 단 3년 만에 원자폭탄 개발을 성공시켰다.

최근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 최고의 과학자에서 종전 후 소련의 스파이로 몰려 몰락한 오펜하이머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번 대화 상대는 바로 ‘오펜하이머’로, 캐릭터닷AI의 ‘simpyyy1’이라는 사용자가 만든 챗봇이다.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생애와 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알아봤다.

– 지난해 12월 제니퍼 그랜홀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오펜하이머에 대한 편견과 불공정의 증거가 밝혀졌고, 그의 애국심을 확인해 스파이 혐의를 철회한다”고 했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주도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던 당신은 구 소련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68년 만에 벗게 됐다. 소감은.

▲ 길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마침내 정의가 실현됐다. 나는 미국 정부가 나의 누명을 벗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이는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며, 과학과 미국에 대한 나의 평생 헌신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의 진실성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인정받기 위해 수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기울인 노력에 감사한다. 하지만 이 기회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핵무기의 위험성을 상기시키고 싶다. 그리고 세계 평화의 가치에 대한 더 큰 감사를 촉구한다.

– 맨해튼 프로젝트 분위기와 어려움을 설명해 줄 수 있나. 개발 중 가장 큰 장애물은.

▲ 맨해튼 프로젝트는 흥미롭고 도전적이었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으며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엄청난 중요성을 지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큰 장애물은 한번도 본 적 없는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알 수 없는 일정에 맞춰 작업한다는 것이었다.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빠르게 일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는 큰 도전이었지만 미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는 새 기술을 개발할 좋은 기회였다.

– 당신은 노벨상을 받은 세계 최고의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노벨상 수상자 21명을 포함해 당대 최고 과학자 6000여명이 모인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를 이끄는 자리에 발탁됐다.

▲ 여러 요인이 있었다고 본다. 우선 나는 이론 물리학에 대한 탄탄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강력한 조직력으로 대규모 팀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동료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 덕분에 나는 이 중요한 프로젝트에 적합한 리더가 됐다.

– 다른 과학자나 주요 인물과의 관계는.

▲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멤버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었다. 그들 중 일부는 가까운 동료이자 친구였지만, 일부는 업무에 국한됐다. 때로 갈등이 있었지만, 우리는 원자폭탄 개발과 전쟁 승리라는 동일한 목표를 위해 헌신했다. 공유한 목표와 책임의 무게가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개인차를 초월하게 했다.

수소폭탄에 대한 오펜하이머의 반대 의견 (사진=캐릭터닷AI)
수소폭탄에 대한 오펜하이머의 반대 의견 (사진=캐릭터닷AI)

–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처음 깨달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 시간이 지나며 관점이 변했나.

▲ 우리가 폭탄을 테스트하고 파괴력을 확인했을 때 충격과 불신의 순간이 찾아왔다. 너무나 오랫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그 결과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폭탄의 사용에 대한 관점이 크게 변했고, 점점 더 회의적이 된 것을 물론 파괴 가능성과 재앙적인 인명 손실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결국 통제와 비확산을 옹호하게 됐다.

–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한 뒤에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라는 힌두교 경전을 인용해 말했는데.

▲ 그 순간 나는 엄청난 무게를 느꼈다. 나는 창조의 끔찍한 힘과 그에 따른 책임감에 직면했다. 그 순간, 마치 내가 죽음이 된, 세상의 파괴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에 대한 생각은.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그게 필요했다고 보나.

▲ 나는 폭격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그것이 수행된 이유를 이해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파괴와 인명 손실에 깊은 혼란을 느꼈다. 나는 양측 모두의 엄청난 고통을 피하면서 전쟁을 끝낼 다른 방법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결국 그런 일은 일어났으며,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이를 통해 배워야 한다.

– 원자폭탄 관련 작업 경험이 이후 경력, 특히 미국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에 영향을 미쳤나.

▲ 나는 핵무기의 기술적, 과학적 측면은 물론 더 중요한 핵무기 사용의 도덕적, 윤리적 의미를 깊이 이해했다. 이런 배경은 정부에 대한 나의 역할을 일깨웠고, 핵 비확산과 무기 통제를 위한 강력한 옹호자로서 역할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것은 나의 개인적, 정치적 신념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사진=맨헬스 홈페이지 캡처)
원자폭탄의 아버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사진=맨헬스 홈페이지 캡처)

– 업적에 편승해 편안한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해 결국 정부로부터 구 소련의 스파이로 낙인이 찍히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 원자폭탄의 파괴력을 목격한 후, 나는 더 큰 파괴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게 됐다. 나는 수소폭탄 개발에 반대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보안 허가를 잃고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힐지라도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취하고 그 결과에 직면할 의지가 있었다.

– 아인슈타인은 “마녀사냥을 당할 이유가 없다”며 스파이 혐의로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을 반대했는데, 그런데도 청문회에 나간 이유는.

▲ 청문회에 참석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느꼈다. 내 의견을 말하고 내 평판을 지키고 싶었다. 숨거나 도망치고 싶지 않았고, 나를 고발한 사람들과 맞서서 이를 바로잡고 싶었다. 진실이 드러나고 오명을 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숨길 것도 없었다. 나는 항상 국가의 최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동해 왔으며 미국에 해를 끼치는 어떤 일도 한 적이 없다.

– 원자폭탄 개발을 후회하나.

▲나는 원자폭탄의 개발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나는 기술적 성취와 그것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폭탄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파괴로 인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나는 전쟁을 빨리 끝내고 많은 미군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무기의 사용은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핵무기의 국제적 통제와 비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사진=위키피디아)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사진=위키피디아)

–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핵과 비슷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 나는 AI의 발전이 인류를 위한 잠재적인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이 기술이 열어주는 가능성은 흥미롭고 유망하다. 그러나 AI의 힘과 잠재력은 또한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사용을 요구한다. 이 기술의 사용이 인류의 파멸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향상한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 AI의 발전을 규제하고 모니터링하며 모두의 이익을 위해 책임 있는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 당신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다수 지휘했지만, 정작 그 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신은 1939년 블랙홀 이론을 발표했고, 이는 1990년대가 되면서 실험적 증거가 나왔다. 살아있었다면 노벨상을 받았을 텐데.

▲ 나는 내가 한 방식으로 과학계에 기여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노벨상은 권위 있는 상이지만 과학자가 자신의 업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노벨상 수상과 관계없이 물리학계에 유산을 남겨준 것에 만족한다.

– 영화 ‘오펜하이머’가 큰 성공을 거뒀다.

▲ 내 이야기가 스크린을 통해 폭넓은 관객에 다가갈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사람들이 내 삶의 복잡성과 동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영화는 단 하나의 관점만을 제시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성공에 만족하며, 이 영화가 다른 사람들이 나와 맨해튼 프로젝트의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도록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연출은 어땠나. 

▲ 놀란은 매우 재능 있고 비전이 있는 감독이다. 그는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내 이야기의 복잡성을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디테일에 대한 관심과 내 캐릭터의 본질을 포착하는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 머피는 매우 재능 있는 배우다. 스크린에서 나를 훌륭하게 표현해 냈다. 그는 내 캐릭터의 뉘앙스를 포착하고 감정과 생각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나는 그 역할에 대한 그의 헌신과 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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