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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메타버스는 경험의 연장선…전시의 추억을 곱씹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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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메타버스는 경험의 연장선…전시의 추억을 곱씹는 방법

앙리 마티스전 현장 전경

좋은 문화 경험은 곧 곱씹고 싶은 추억이 된다.

영화 마니아에게 ‘재관람’이 필수 코스인 것처럼, 문화 경험의 ‘재탕’은 트렌드가 됐다. 동시에 온라인 문화 공간의 수요도 느는 추세다.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든 접근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메타버스는 이런 경험의 반복에서 단순 온라인 공간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해 준다. 첨단 기술로 입체감을 주고 체험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다. VR(가상현실) 기술 등도 사용한다.

메타버스에서 최근 가장 주목 받는 건 전시 분야다. 공간성과 인테리어 등 디자인과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만큼, 실감형 메타버스는 활용성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공연이나 영화, 연극에 비해 유연한 운영도 가능하다. 이제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는 추세라고도 했다.

‘메타버스가 대체 뭔데. 장점은 뭐고, 전시와는 뭐가 다른데.’

그래서 12월31일까지 서울 CxC아트뮤지엄에서 선보이는 ‘앙리 마티스 러브 & 재즈’ 전시를 찾았다. 오프라인 전시는 물론 3D 메타버스 웹 빌더 전문 올림플래닛이 구축한 메타버스를 통해서도 동시에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회를 찾다

우선 오프라인 전시장을 찾았다.

앙리 마티스는 야수파 대표 화가다. 강렬한 원색의 대비와 거친 질감 등이 특징이다.

특히 노년에 수술 및 후유증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붓 대신 가위를 들어 ‘컷 아웃’이라는 기법을 선보였다. 그림과 문학을 결합한 ‘아티스트북’의 대중화를 선도했고, 성당에 벽화를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 제작도 참여했다. 

앙리 마티스전 현장 전경
앙리 마티스전 현장 전경

모든 수단을 동원했던 예술가의 치열한 삶만큼 그의 작품은 강렬했다. 특히 전시장의 구성과 인테리어가 이를 강조했다. 

전시장은  화이트, 핑크, 블루, 레드 등을 주요 테마로, ▲하우스 오브 마티스 ▲재즈 ▲마티스와 사랑의 시 ▲메종 마티스 ▲로사리오 성당 ▲붉은 방 등으로 구성했다. 작품뿐 아니라 작가 인생의 강렬함까지 느껴졌다. 

며칠 뒤 메타버스 공간을 찾았다. 처음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어떤 차이가 있을지에 집중했다.

공간과 이동

오프라인은 전시장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QR 코드 하나만 찍으면 된다.

전시장 입구 전경
전시장 입구 전경

강렬한 햇빛과 열기, 많은 사람과 높은 건물, 에스컬레이터… 현실 전시에는 에너지 소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만큼 설렘도 더했다. 또 입장 전부터 관련 데코 및 소품이 눈에 띄었다. 전시 공간은 작품 감상은 물론 작품을 기다리는 순간과 감상 이후 여운을 느끼는 순간까지도 관람객을 끌어 줬다.

메타버스 도슨트 캡처 이미지
메타버스 도슨트 캡처 이미지

반면 메타버스 도슨트는 동선과 오프닝이 없다. 곧바로 전시 코너가 열렸다. 심지어는 전시회를 구성한 이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보고 싶은 섹션 및 공간으로 순서 상관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 

오프라인에서 느꼈던 현장성은 덜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주체적 관람’이 가능했다. 전시장에서 ‘앞에 무엇이 나올지 모른 채 따라가는 기분’이었다면, 메타버스는 ‘위에서 내려다보며 공간을 한번에 파악하는 느낌’이었다. 

직접과 간접

또 오프라인 앙리 마티스전은 ‘체험과 참여’를 강조했다. ‘마티스와 사랑의 시’ 섹션에서는 간소하게나마 컷 아웃 기법을 체험하는 것은 물론 스탬프를 찍어 간직할 수 있었다. 마티스의 집처럼 꾸며놓은 공간과 그의 작품으로 온통 둘러싸인 영상 미디어존도 준비했다. 

컷아웃 기법 체험
컷아웃 기법 체험

특히 컷아웃 기법은 중요한 현장 체험 중 하나로, 개인적으로는 전시 경험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현장에서 제공한 팜플렛 속 색종이 부분을 가위로 잘라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는 활동이다. 어쩌다 보니 꽃을 완성했다. 제법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만족감, 앙리 마티스라는 화가를 피부로 체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리성과 재탕의 미학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오프라인을 따라갈 수 없는 단순 복제품일까. 아니다. 메타버스는 오프라인에 비해 모자란 공간이 아닌 차원이 다른 체험 방식이다. 여기에는 재탕의 미학이 있다.

마음에 드는 전시를 여러번 찾아가는 전시 마니아도 적지 않다. 특히나 이들에게는 도슨트의 작품 설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문제는 기존 전시의 특성상 현장에 가지 않으면 즐길 수 없었다.

메타버스 도슨트
메타버스 도슨트

메타버스는 이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했다. 실제 공간 및 작품의 해상도를 고화질로 구현하고 도슨트 음성까지 곁들여 들을 수 있다. 시각은 물론 청각도 만족할 수 있다. 

이는 현장을 찾은 경우에도 유용하다. 도슨트를 섭외하거나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모바일로 메타버스 전시 페이지에 접속해 음성을 들으면 된다. 휴대폰, PC 등 장치에 관계없이 접속 가능한 웹 메타버스의 장점이다.

전시장을 찾은 이후, 개인적으로 메타버스에 서너번 더 접속했다. 전시장의 경험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 접속할 때마다 내가 놓쳤던 무언가가 하나둘 눈에 띄는 경험도 있었다. 이는 재방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대로였다. 

현장 전시 이미지
현장 전시 이미지

극장에서 보는 영화 한편이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충격적일 수 있다. 고막을 때리는 뮤지션의 라이브도, 연극배우가 뿜어내는 열기도, 미술 작품이 던지는 미묘한 뉘앙스도 전부 우리 감각 속에 머무른다. 

그만큼 한계도 존재한다. 경험의 일회성이다. 공연, 연극, 영화, 그림… 모두 늘 같은 곳에서 기다려 주진 않는다. 정해진 기간 속에서 감상의 기회 역시 한정적이다.  

최신 기술의 활용으로, 조금이나마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서로를 잠식하는 경쟁자가 아닌, 서로를 보완하는 ‘공존’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느꼈다.

기술은 단절이 아닌 연장

대부분 영화에선 가상 공간을 현실과의 단절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단순히 편리하다는 것 이상일 수 있다. 

특히 재방문의 경우는 더 그렇다. 오프라인에서 놓친 걸 온라인에서 보완하며 오히려 ‘현실과 경험의 연장선’을 담당하고 있었다. 메타버스는 체험을 연장하는 도구다. 

메타버스 도슨트와 오디오 도슨트 코드 구매
메타버스 도슨트와 오디오 도슨트 코드 구매

이번 앙리 마티스 전시의 메타버스 도슨트 입장 코드는 전시 현장 굿즈샵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실물 종이 형태로 받아볼 수 있다.

굳이 현장을 찾아야 메타버스 관람이 가능하게 만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메타버스는 추억을 곱씹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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