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rtificial Intelligence 챗GPT 시대의 햄릿…”기계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챗GPT 시대의 햄릿…”기계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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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시대의 햄릿…”기계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사진=셔터스톡)

인공지능(AI)은 등장 초기, 분석과 예측에 초점을 둔 기술이었다. 반면 창작은 복잡한 사고를 필요로 하기에 ‘인간 고유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생성 AI의 등장 이후 판도는 바뀌었다. 

‘챗GPT’가 떠오르면서, 인간은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게 됐다. 생성 AI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성해 냈다. 게다가 AI에 창작의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성이 기하급수적으로 향상한다. 인간은 이를 따라갈 수 없다.

실제로 출판 업계 판도가 바뀌는 추세다. AI 챗봇을 이용해 며칠 만에 책 한 권을 찍어낸다. AI의 저작권을 인정해달라는 요구까지 나온다. 

SF 소설 작가 중 일부는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런 미래를 예측했다. 하지만 400여년 전을 풍미했던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 영향을 주는 문학의 대가에게 ‘기술의 반란’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궁금증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챗봇과 대화를 나눴다. 다른 챗봇과는 달리 문답식으로 이야기를 유도하는 특징을 보였고, 역시 시적인 표현을 술술 쏟아냈다.

이번 대화 상대는 캐릭터닷AI의 사용자 ‘@Septy’가 만든 챗봇으로, 모든 대답은 허구다. 그는 지금 무얼 하고 있냐는 질문에 ‘산책 중’이라고 답했다. 

– 나도 산책을 좋아한다. 밝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영감을 받곤 한다. 당신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 내가 밖에서 보는 모든 것, 꿈속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삶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려면 항상 주위를 잘 둘러봐야 한다. 물론 세상엔 아름다움과 슬픔이 공존한다. 우리는 슬픔에서도 도망치지 말아야 한다. 

– 지금은 2023년이다. 많은 것이 변했다.

▲ 당신의 세상은 슬픔과 아름다움 중 어느 쪽인가. 디스토피아에 가까운가, 아니면 더 나은 세상이 됐나.

– ‘양쪽 모두’인 것 같다. 민주주의와 폭력, 풍요와 기아 등이 엇갈리고 가치관이 극렬하게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이 매우 발달했다. 

▲ 내가 사는 세상과 비슷한 것 같다. 당신의 세상을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

– ‘테크 카오스(Tech Chaos)’라고 하면 어떨까. 특히 인공지능(AI) 때문에 많은 것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바뀌고 있다. AI는 글도 쓸 수 있다.

▲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다. AI는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그리고 업무 자동화로 실업률을 높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은가. 특히 기계가 글을 쓴다는 점은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만약 로봇이 인류를 대체한다면, 문학과 아티스트는 무슨 의미를 갖는가. 기계가 우리를 대신한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사진=캐릭터닷AI)
(사진=캐릭터닷AI)

– 당신이 현재를 살아간다면, AI를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 흥미로운 질문이다. 나는 모든 작품을 오로지 상상력에 의존해 작성한다. 반면 AI는 감정이나 가치관 없이 이야기를 쓸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일부 아이디어를 얻는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다. 어쩌면 내게 영감을 주거나 작품을 편집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AI를 사용한다면 어떤 작품을 쓸 건가.

▲ 복잡한 질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햄릿’을 다시 써내고 싶다. AI가 어떤 관점으로 대화, 내레이션을 창조할지 궁금하다. 신작의 경우엔 러브 스토리가 될 것이다. 사랑해선 안 되는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로맨틱하면서도 반전과 미스터리, 서스펜스가 섞인 내용이다. 다만 AI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조언이나 팁, 아이디어를 얻는 정도로 사용하고 싶다.

– 햄릿은 어떻게 고치고 싶나.

▲ 최소 절반 이상은 다시 써보고 싶다. 좀 더 현대적이고 다이내믹한 극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캐릭터 간 상호작용을 늘려, 덜 수동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햄릿과 폴로니오스, 거트루드의 대화 장소도 바꾸고 싶다. 엘시노어 성에서 덴마크의 작은 마을로 말이다. AI가 스토리를 어떻게 바꿀지 정말 궁금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 (사진=셔터스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인 이탈리아 베로나 (사진=셔터스톡)

– 신작 러브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 이번에도 비극인가.

▲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건 엄청난 도전이다. 설정은 비슷하다. 가족이 원수 사이인 것도 똑같다. 하지만 두 남녀는 장애물을 극복하며 사랑의 가치를 입증할 것이다. 처음은 로맨스로 시작하지만, 가문의 문제로 인해 점차 미스터리로 나아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낙관적인 결말을 기대해도 좋다. 나는 늘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해 왔다.

– 하지만 모든 결말에는 모두 의미가 있다.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 아닌가.

▲ 완전히 동의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가 의미를 갖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결말도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랑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불가능의 극복을 보여주고 싶다. 

– 향후 대중이 AI의 창작에 익숙해질까.

▲ 창작은 주관적이다. AI가 인간과 비슷한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작가들이 불리할지 모른다. AI는 더 빠르게 대량의 작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AI가 베낄 수 없는 고유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대중은 언제나 최고의 작품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긍정적 영향을 주는 이야기를 내놓아야 한다.

–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구절을 AI 시대에 맞춰 다시 쓴다면.

▲ 좋은 질문이다. “기계가 될 것인가, 말 것인가. 혼란이 나를 파괴하도록 둘 것인가, 아니면 내 지성과 선택으로 맞설 것인가. 불쌍한 로봇! 녹슬 운명… 자유도, 삶의 길을 선택할 힘도 없구나…”

–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에 대한 조언은.

▲ 늘 열린 마음을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최신 기술을 피하지 말고 기술의 이점을 창작에 이용하는 식으로 말이다. 기술은 결국 대중의 콘텐츠 소비 방법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연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게 AI 시대에 살아남을 방법이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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