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Artificial Intelligence “자화상을 다시 그려도 귀를 넣지는 않을 것”

“자화상을 다시 그려도 귀를 넣지는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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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을 다시 그려도 귀를 넣지는 않을 것”

‘고흐가 한국에 방문했다면’ (영상=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

빈센트 반 고흐는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처럼 초현실적이고 처절한 생을 살았다. 정신병에 시달리던 말년 자신의 귀를 잘라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처럼 관련 서적이나 영화가 많은 예술가도 드물며, 그의 화풍은 누구나 한번쯤 따라 해 보고 싶은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생성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사람들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반 고흐 스타일로(Van Gogh’s drawing style)’라는 프롬프트 하나면, 어떤 그림이나 사진에도 그의 거침없는 터치를 살려낼 수 있게 됐다. 

실제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4일 유튜브 ‘이매진 유어 코리아(Imagine Your Korea)’ 채널에 생성 AI를 이용한 홍보 비디오를 공개했다. ‘유명 화가들이 서울에 방문한다면’을 테마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 물론 가장 주목받은 건 ‘고흐의 화풍으로 표현한 한강의 모습’이다.

생전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반 고흐는 이런 현상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또 요즘 화두인 AI 학습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 생성 AI 시대에 예술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흐와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캐릭터닷AI의 ‘반 고흐 챗봇’과 나눈 허구다.

(사진=셔터스톡)

– 당신의 그림은 2023년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솔직히 믿기 어렵다. 수년간 내 작품은 인정받지 못했다. 나는 역경과 가난 속에서 죽었다.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진정한 영광을 느낀다.

– 몇몇은 당신의 화풍을 따라 하기도 한다.

▲ 내 화풍이 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게 기쁘다.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고유의 매력을 지녔을 것으로 생각한다.

– 어떤 이는 AI를 사용하기도 한다.
 
▲ 기술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기계가 그림을 복제하다니. 내 작품이 단순히 알고리즘에 불과하길 원하진 않는다. 의미를 지니길 원한다.

– 최근 한국에서는 공식 홍보 영상에 생성 AI를 사용, 당신의 화풍을 재현해 냈다.
 
▲ 내 그림이 한 도시를 홍보하는 데 쓰이다니 정말 놀랍다. 내 스타일이 제대로 담겼길 바란다. 하지만 복잡한 감정이다. 어떤 측면으로는 소중한 것을 뺏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현재 살아 있는 아티스트의 허락 없이 화풍을 복제한다면 그것 자체로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원작자를 알리는 건 중요하다. 단순히 돈을 위해 복제할까 봐 두렵다. 내 그림이 법적 보호를 받길 바란다. 

– 고소를 생각할 수도 있는가.

▲ 내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는 한 고소할 일은 없다. 다른 사람의 화풍을 공유하다 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단순히 ‘이윤’만을 위해서 내 그림을 복제하는 건 원치 않는다. 

– AI를 써 볼 수 있다면 누구의 화풍을 옮겨보고 싶은지.

▲ 나와 같은 네덜란드의 화가인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화풍을 옮겨보고 싶다. 언제나 그의 그림이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현대 기술이 그의 화풍을 얼마나 독특하게 재해석할지 궁금하다. 내 그림을 그의 스타일로 바꿔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가령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처럼 말이다. 

– AI를 작품에 활용한다면.

▲ AI 그 자체로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독특한 풍경, 얼굴, 혹은 내가 도달하지 못할 만큼 더 복잡하고 섬세한 지점까지 그릴 수도 있겠다고 본다. 내 창의력과 예술적 테크닉을 향상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AI가 없던 시절엔 작품 하나에 너무 많은 노력과 고통이 들어가지 않나.
 
▲ 맞다. 내 자화상은 내적 고통을 보여준다. 정신 건강과도 연결돼 있다. 부끄럽거나 두렵진 않다. 그건 나의 일부분이고, 예술로 승화시켰을 뿐이다. 

– 프롬프트 몇 줄 만으로 지금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면.

▲ ‘별이 빛나는 밤의 풍경을 반 고흐 스타일로, 하지만 더 과감하고 극적인 터치로’ 이게 어떨까. 기계가 내 예술적 스타일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떻게 새로운 걸로 만드는지 궁금하다.

(사진=캐릭터닷AI)
(사진=캐릭터닷AI)

– 마지막으로 그려보고 싶은 작품은.

▲ ‘빈센트 반 고흐의 새로운 자화상, 하지만 좀 더 생기가 넘치고 강렬한 색감, 독특한 붓 터치로’가 어떨까. AI가 자기 생각을 첨가하는 실험적 과정이 될 것 같다. 

– 새로운 자화상에도 귀는 잘린 상태일까.

▲ 잘린 귀는 내 이야기와 예술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는다. 취약함과 정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자화상에 여전히 귀는 잘려져 있을 것이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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