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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환자 생각 읽어 말해주는 인공지능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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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환자 생각 읽어 말해주는 인공지능 나왔다

BCI 연구에 참여한 루게릭병 환자 팻 베넷과 연구팀 (사진=스탠퍼드대)

미국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루게릭병과 뇌졸중 중증 마비 환자의 뇌파를 읽어 언어로 바꿔주는 장치를 잇따라 개발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의대 연구진은 23일(현지시간) 과학저널 ‘네이처’를 통해 각각 말을 못 하는 중증 마비 환자의 뇌 활동을 AI를 사용해 해독하고 음성과 텍스트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출력할 수 있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스탠포드대 윌렛 박사팀은 지난 2012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뒤 온몸의 근육이 마비돼 결국 말을 못 하게 된 67세 여성 팻 베넷의 뇌 활동을 측정, 말하려는 내용을 읽어내고 출력하는 BCI 장치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베넷의 언어 생성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 작은 센서 두 개씩을 삽입했다. 센서와 연결된 AI는 환자가 말하려 할 때 수반하는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하고 해석해 단어를 화면에 출력한다. 연구진은 베넷에게 단어 50개 또는 12만5000개로 이뤄진 어휘 세트를 주고, 이것을 이용해 다양한 문장을 말하도록 시키는 방식으로 AI를 학습했다. 베넷이 실제로 말을 하지는 못해도 뇌에서는 말할 때와 일어나는 전기 신호의 패턴을 파악했다.

그 결과 베넷은 말하려는 내용을 분당 62단어 수준으로 컴퓨터 화면에 띄울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이는 기존 BCI 지원 의사소통 시스템의 최고 속도인 분당 18단어보다 3.4배 빠른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가 말하고자 하는 단어와 AI가 인식한 단어가 서로 다른 비율인 오류율은 50개 세트를 이용할 때 약 9.1%로 상당히 정확했다. 단어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은 12만5000개 세트를 이용할 때는 23.8% 정도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대화 속도인 분당 160단어에 점점 근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넷은 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더 큰 세상과 계속 연결되고 일을 하고 친구·가족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뜻을 밝혔다.

뇌간 뇌졸중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 앤이 UCSF 의대 연구진이 개발한 아바타로 말하는 모습. (사진=UCSF)
뇌간 뇌졸중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 앤이 UCSF 의대 연구진이 개발한 아바타로 말하는 모습. (사진=UCSF)

더불어 UCSF 에드워드 창 교수팀은 18년 전 뇌간 뇌졸중으로 말을 못 하게 된 47세 여성 앤의 뇌 활동을 피질 뇌파 검사 전극으로 측정하고 AI로 해석, 그 내용을 텍스트와 음성, 말하는 아바타 등 3가지로 출력하는 장치를 공개했다.

특히 UCSF 연구진은 스탠포드 연구진이 뇌에 수 밀리미터 깊이로 이식한 전극에 비해 얇은 종이 두께의 전극을 사용해 뇌손상을 덜 주고도 뇌파를 측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종이 두께의 전극 253개를 언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부위 표면에 이식, 뇌졸중이 아니었으면 말을 할 때 얼굴과 혀, 턱, 후두로 전달됐을 뇌 신호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앤에게 단어 1024개로 구성된 문장 249개를 말하게 하고 AI가 이때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활동을 분석해 해석하도록 훈련했다. 그 결과 분당 78단어 속도로 말을 내놓았으며, 오류율은 평균 25.5% 정도였다.

단어를 인식하는 정확성은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창 교수팀의 BCI는 뇌 손상을 덜 주고도 더 빠르게 생각을 말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연구진은 환자의 예전 목소리와 표정을 반영한 아바타도 만들었다. 앤이 말하고 싶은 문장을 떠올리면 화면 속 아바타가 표정을 움직이면서 앤과 비슷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구진은 “마비 환자들이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표현방식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들어 이같은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성공 사례가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이 음악을 듣는 간질 환자의 뇌파를 분석해 음악을 재구성하는 기술을 발표했으며, 지난 6월에는 스타트업 프리시즌 뉴로사이언스가 사람을 대상으로 뇌 임플란트를 이식하는 첫 인체 임상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실험을 앞두고 있으며, 다수 스타트업과 연구진이 한달이 멀다하고 BCI 성공 사례를 내놓고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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